삼성전자 지원부터 면접의 여정

우선 이 글을 읽기전에 그래서 합격했냐? 라는 질문에 우선 나는 “불합격 했습니다.” 라고 먼저 결론을 꺼내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기고록을 적는 이유는 무려 8개월에 걸친 컨텍부터 통보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고 어떤 심정들이 나를 지배했는지. 그리고 과연 그들의 시스템은 정상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함이다.

시작은 간단한 메세지에서 시작된다

일단 나는 삼성 커리어스 홈페이지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때문에 시작은 조금 다르겠지만, 아마 거기서 시작하더라도 비슷했지 않았을까 싶다.

바야흐로 25년 12월 12일, 링크드인에 쪽지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XXX님, 삼성전자 S.LSI 채용담당자 XXX 입니다.”

헤드헌터 들에게 메세지가 온 적은 많았지만 단연코 삼성의 인사팀에서 직접 메세지가 온 것은 처음이기에 기대되는 느낌으로 응했다. 며칠전 Display Driver 관련 JD를 받았었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응대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당시 DDI의 오퍼는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 이야기가 있었고 새롭게 받은 JD는 지난번과는 달리 꽤 흥미롭고 내가 향후 진로로 삼고 싶은 분야이기도 했다. 게다가 S.LSI는 내가 취준을 할 때부터 가고 싶었던 부서였고 국내에서 최첨단의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제대로된 거의 유일한 곳이기에 나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는 나에게 이력서를 달라고 했고, 이렇게 건네진 이력서는 공채에서 작성해야 하는 쓸데 없는 항목들(10년도 된 대학원의 내용을 적으라는.. 아직도 왜 적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이 빠진 내가 평소에 작성했던 심플한 이력서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 직원은 잘 받았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한달을 아무 말 없이 지냈다. 처음엔 낚시인가 싶기도 하다가도, 불현듯 혹시나 싶은 마음에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현업에서 검토 중이라는 회신과 함께 기다려 달라는 회신이 왔다. 솔직히 한달 동안 서류를 검토 한다는건 믿어지지 않았기에 아마 그가 까먹었거나, 아니면 지원자가 많았거나, 지금와서 생각하면 혹은 없는 TO에 억지로 후보자를 모집해서 한번 봐보세요 라고 했거나 이랬던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고, 새해가 되었다.

26년 1월 26일.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나랑 처음 연락하던 담당자는 어느새 바뀌었고, 새 담당자가 자신이 담당자가 되었음을 알리면서 삼성전자 DS부문 인재풀 시스템에 나의 이력서를 등록해 달라고했다. 처음 접해보는 방식이었기에 이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형을 진행해야 한다니까 나름 열심히 적었던 것 같다. 특이 했던 것은 전직장 회사를 입력하는 쪽이었는데 보통은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삼성전자는 특이하게도 회사를 검색해서 클릭하는 형태로 입력해야 했다. 즉, 거기에 나오지 않은 회사는 등록이 불가능한.. 특이한 구조였다. 물론, 내 현직장이 검색되지 않아서 따로 메일로 연락을 했고 그랬더니 시스템에 검색이 되게 등록을 해주었지만 나름 국내 1위 회사라는 곳의 운영 방식이라고 하기엔 뭔가 허점이 많아 보이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시스템에 날 등록하고 한 2주쯤 지났나? 여튼 그 2주동안도 아무런 소식 없이 감감무소식이던 시간이었는데, 2/11일에 스크리닝 면접 일정이 진행중이라고 홈페이지의 상태가 바뀌었다. 이때만 해도 메일로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단순히 홈페이지의 상태만 바뀐 상태였다. 다른 경력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래 이때 스크리닝 면접을 본다고 했었지만 나는 면접을 본다 안본다 말도 없이 시간이 방치되었고 2월23일에 기술면접에 대한 통보가 있었다. 그것도 24일부터 26일까지 날자를 선택해달라는, 다소 황당하게 촉박한 통보였다. 다행히 Peer 면접이어서 자료를 만들거나 할 필요는 없었고 그렇게 잡힌 날자에 나는 삼성 Knox(이쪽의 화상회의 시스템)를 이용해서 면접을 보게 됐다.

아마 2명 정도가 들어왔던 것 같다. 딱히 어려운 이야기도 없었고, peer 면접이기에 나랑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이 들어왔던 기분이었다. 면접보다는 조금 편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나도 별 부담없이 질문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았다. 그래서 아마 이때는 내가 합격할 거라고 생각했었었다.

과정은 꽤 빨리 진행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나? 3월 4일, peer 면접 합격과 함께 기술면접 일정을 잡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때는 꽤 일정이 여유가 있어서 6일부터 11일 사이에 날자를 잡아달라고 연락이 왔다. 이번 기술면접은 경력발표 PT를 해야했기에 자료를 만들 시간도 필요해서 최대한 늦은 날자인 11일을 선택했다. 10일까지 PT를 만들고, 예상 발표 연습도 해보고 하면서 나름 긴장되게 보냈던 시간이었다.

삼성의 기술면접은 임원이 참석하게 되어있다. 때문에 이 면접이 임원면접을 겸하고 있기도 했는데, 단순히 매니저의 임원이 아니라 매니저겸 기술마스터가 참석하기에 질문도 꽤 날카로웠던 걸로 기억한다. 합쳐서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게 긴장했던 것 같았다. 심지어 질문을 들었는데 답변을 2개를 해야하는데 1개를 답변하는 동안 질문을 까먹어서 답변을 까먹는 일도 있었다. 물론, 잘 기억이 안난다고 다시 여쭤 보긴 했지만.. 그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또 다시 1주일이 지났을때, 기술면접 합격과 함께 CBT/HR면접/레퍼런스체크 등록에 대한 안내가 3월 17일에 있었다. 보통 이 3개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레퍼런스체크까지 하면 보통은 다 합격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3개를 동시에 안내하는 것도 이질적이었지만 이건 됐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홈페이지에서 CBT 일정을 먼저 잡았어야 했는데 이번 일정은 날자의 선택도, 시간의 선택도 불가능했다. 오직 1개만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었다. 마찬가지로 HR면접도 같은날 오후에 진행이 됐는데 이 또한 통보였었기에 나는 그날 하루, 휴가를 써야 했었다.

레퍼런스는 최소 3명에게 요청을 해야했고, 내가 지정한 3명의 이메일로 레퍼런스 체크 요청이 날아갔다. 생각보다 긴 주관식의 답변을 요구했기에 그들이 상당히 고생해줬음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CBT의 경우는 삼성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서 치뤄야 했는데, window OS만 사용 가능하다고 전달이 왔었었다. 아마 옛날 메일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해서 보냈을 거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그 홈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했을때 macOS에 대한 설치 안내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이드를 그대로 따라서 window로 했던 것 같다. 단순히 인성검사지만 대리시험을 방지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으로 녹스 미팅에 들어가서 캠을 키고 나를 찍는 형태로 세팅을 해야 했다.

그날 오후의 HR 면접은 두명이 참석했는데, 딱히 어려운 질문도 없었던 것 같고. 나름 화기 애애 했었던 기억이다. 그렇게 3월 26일에 나의 모든 면접이 끝났다.

4월 2일 쯤인가?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내부적으로 처우에 대한 평가를 진행중이며, 거기에 참고 할 만하게 최근 3개년 고과 중에서 상위 고과의 여부를 물어봤다. 물론, 증빙도 요구했기 때문에 사내에서 캡쳐한 것들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엔 사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내역을 토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고 증빙이 가능한 것만 물어봤었었다. 그때 나는 졸지에 우리 회사의 평가 방식에 대해서 그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던 것 같다.

그리고 2주가 지나서 4월 15일. 너무 답변이 늦기에 한번 메일로 문의 했었고,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최종 승인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을 받은 그 날. 그날 부터 기다리는 자의 지옥이 시작됐던 것 같다.

삼성의 파업

그리고 그즈음을 해서 삼성의 파업이야기가 들렸다. 뉴스에서는 연일 노조의 요구와 파업에 대한 찬반이 나오고 여론은 완전 쪼개져서 노조를 욕하는 여론과 비난이 가득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채용은 무기한 ‘연기’ 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파업이슈가 정리되면 채용이 재개 될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렇게 5월 26일이 되었고 인사팀에서는 채용이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6월쯤, 노조의 이슈가 사그라 들었지만 채용은 재개되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7월에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이 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조금 더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조직개편은 자칫 잘못하면 TO가 사라지는 중대한 이슈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거의 하루에 수십번씩 채용페이지를 새로고침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정신병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초조해지는 시기였다.

7월 19일쯤이었나? 인사팀에서 전체 메일을 뿌려왔다. 담당자가 바뀌었고, 채용이 재개되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7월 21일. 인사팀 직원이 LSI 전형 진행자(무기한 홀딩된)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전화와 함께 불합격 통보를 줬다나? 다행히 나는 그날 전화를 받진 않았다. 살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어쩌면 전화를 하다보니 하루, 이틀 정도는 늦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불합격

7월 22일 오전 9시쯤.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느낌이 딱 오는 그 촉이라는 것이 강하게 발동했다. 나에게도 올 게 왔구나.

전화를 받으니 역시나 바뀐 그 담당자였다. 전화를 준 이유는 자기들의 사정으로 불합격을 통보하게 되었는데 너무 지연이 되었기에 시스템으로 통보하기 보다는 전화로 먼저 연락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오퍼레터를 받은 것도 아니기에 여기서 뭐라고 할 말이 있을까. 그냥 하나만 물어 봤다. TO가 줄어 든 거냐고.. 정확한 답은 피했지만 결국엔 채용 인원이 줄었다는 답변을 해줬다. 정말 재수가 없었지만 그렇게 내 TO가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합불은 운기칠삼

취업은 운이라는 말이있다. 내가 취업을 시도 할때, 운이 좋아서 채용을 많이 하는 것, 운이 좋아서 내가 지원한 포지션이 실제로 열려있는 것, 운이 좋아서 면접관을 잘 만나는 것 등등. 본인의 실력 보다는 운이 많은 역할을 한다고들 한다.

삼성은 실제로 나보다 더 긴 대기시간을 가지고도 불합격을 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인사팀의 업무 방식에 편차가 극명한 곳인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실제 프로세스 과정 자체는 한달 정도내에 끝나 버릴 정도로 신속했는데도 처음 검토 단계와 마지막 지연에서 수개월을 소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확실히 국내 1등기업이라고 할 만큼의 배짱이라고 할 수 있다. 너 말고도 올 사람은 많다는 듯한 그 배짱이 정말 때로는 지원자들의 피를 말리는 일이 되리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그들에게 정말 실망한 것은 내가 불합격 통보를 받는 그 날자에 하반기 경력직 공채가 열려 있었다는 점이었다. LSI도 분명 그 중에 열린 포지션이 있었다. 단지 내가 지원했던 포지션이 없어졌을 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뽑고 싶었던 것인지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리고 오늘, 하반기 신입공채가 열렸다. S.LSI의 포지션에는 내가 면접을 봤던 직무가 열려 있었다. 이제 이쯤되면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정말 TO가 부족해서 떨어졌을까? 이번 신입 공채에 열린 포지션은 진짜 사람을 뽑는 걸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부자들만이 알겠지. 아마 그때 담당 직원이 바뀐 것도 결국엔 후배애게 손절치는 일을 짬때린 것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그 며칠사이에 그렇게 통보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어쨌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기업 2위 삼성전자. 그들을 이제는 곱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한때 내가 가고 싶었던 그 회사. 이제는 내부에서 갈가리 찢어지고 분열되어서 메모리 하나만이 살아 남게 될 것처럼 보이는 그 회사. 차라리 이럴거면 불합격이라도 일찍 줄 것이지 무려 반년 동안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그 회사.

어찌 되었든, 나는 그들이 잘 되길 바란다. 그래야 국내의 반도체 업계가 살아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실패하길 바란다. 내가 힘든 만큼 그들도 힘들길 바라니까.

취업은 운기칠삼이다. 하지만 운으로라도, 너무 배짱있는 그들이 한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들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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