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자동매매 개발일지 – 왕복 비용 0.6%

지난 편에서 26개 매매법을 돌렸을 때 이상한 표가 하나 나왔다. 수수료를 0으로 바꾸자 적자였던 전략이 흑자로 뒤집혔다. 로직에는 분명 수익이 있는데 비용이 그걸 통째로 먹은 것이다. 그 경계가 정확히 어디인지 이번에 계산해 봤다. 거래 한 번에 0.6%다. 매매 한 번이 평균적으로 이만큼을 벌어 오지 못하면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계좌는 줄어든다.

한 번 사고팔면 0.6%가 사라진다

내 계좌 조건에서 한 번 사서 한 번 파는 데 드는 비용은 이렇다.

항목편도왕복
거래 수수료0.25%0.50%
슬리피지0.05%0.10%
합계0.30%0.60%

매도할 때 붙는 미국 규제 수수료가 조금 더 있지만 소수점 아래라 무시했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내가 맞히든 틀리든 무조건 나가는 돈이다.

하루 한 번이면 연 150%, 분기 한 번이면 연 2.4%

0.6%는 한 번 값이고, 매매를 자주 하면 그대로 곱해진다. 1년에 몇 번 왕복하느냐에 따라 본전을 맞추는 데 필요한 연간 수익률이 이렇게 달라진다.

매매 주기연간 비용 허들
하루 1회150%
주 2회60%
주 1회30%
2주 1회15%
월 1회7.2%
분기 1회2.4%
반년 1회1.2%

매일 한 번씩 사고파는 전략은 아무것도 벌지 않아도 연 150%를 잃는다. 그만큼 벌어야 겨우 본전인데 그런 전략은 없다. 분기에 한 번 움직이는 전략은 연 2.4%만 넘기면 되고, 지수 장기 수익률이 연 8~10% 수준인 걸 생각하면 거의 부담이 없다. 아직 어떤 로직인지 꺼내지도 않았는데 매매 횟수만으로 넘어야 할 높이가 정해진다.

실거래 11건은 0.09%p 차이로 졌다

내 계좌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인트라데이 전략으로 실제 체결한 11건을 한 건 단위로 쪼개 보면, 자본 $1,000 대비 한 건이 벌어 온 것(gross)이 0.54%, 나간 비용이 0.63%였다. 금액으로는 평균 $5.44를 벌어 오고 $6.31을 냈다. 차이는 0.09%p뿐인데 이게 11번 반복되며 누적 −$9.63이 됐다. 승률은 54.5%였으니 절반보다 조금 더 맞혔지만, 맞힌 폭이 왕복 비용보다 작았다. 이 계산에 승률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81가지 변수 조합을 전부 돌려 봐도 0.25% 환경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조합이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최고 수익으로 나온 조합조차 17거래 중 상위 2거래를 빼면 적자였다. 조합을 바꿔서 될 일이 아니었다.

9년치 백테스트도 같은 말을 했다

11건은 표본이 작아서 9년치 백테스트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수수료만 0.25%에서 0%로 바꿔 돌린 결과다.

전략체결0.25%0%
NR7 단기 돌파535−64%+92%
RSI-2 단기 반전311−29%+66%
돈치안 채널 (QQQ)239+27%+161%
섹터 로테이션115+18%+69%
QQQ 50/200 교차17+344%+380%
TQQQ 변동성타깃156+1,420%+1,598%

위 네 줄은 수수료를 없애자 성적이 완전히 달라졌다. NR7은 −64%에서 +92%로 부호가 바뀌었고, 돈치안은 27%에서 161%로 여섯 배가 됐다. 로직은 멀쩡했고, 벌어 온 것이 전부 수수료로 나갔을 뿐이다. QQQ 50/200 교차는 344%에서 380%로 움직이는 데 그쳤다. 9년 동안 17번밖에 매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체결 횟수만 보고 결론을 내면 틀린다. TQQQ 변동성타깃은 156번이나 매매했는데도 수수료 유무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매매할 때마다 자산 전체를 갈아엎은 게 아니라 노출 비중만 조금씩 조절했기 때문이다. 진짜 변수는 자산의 몇 %를 얼마나 자주 회전시켰느냐이고, 횟수는 그 대리 지표일 뿐이다.

논문의 비용 가정은 1주당 $0.0005였다

여기서 오래 붙잡고 있던 의문이 하나 풀렸다. 내가 구현했던 장 초반 돌파 전략은 학계에서 꽤 인정받는 방식이다. 공개된 연구에서는 이 전략을 레버리지 ETF에 적용해 장기 누적 1,484%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지수 단순 보유의 169%를 크게 앞섰다. 그런데 그 연구의 비용 가정을 찾아보니 1주당 $0.0005였다.

주가내 수수료 (0.25%)논문 가정배수
$40$0.10$0.0005200배
$60$0.15$0.0005300배
$80$0.20$0.0005400배

논문이 틀린 건 아니다. 그 비용 조건에서는 실제로 작동한다. 다만 그건 기관 수준의 체결 환경이고 내 조건과는 200~400배 차이가 난다. 로직만 베끼고 비용 가정을 두고 오면 남의 활주로에서 내 비행기를 띄우는 셈이다. 장 초반 돌파나 이동평균 되돌림 같은 인트라데이 전략은 건당 기대 이동폭이 대체로 0.3~0.8%라 왕복 0.6%와 겹친다. 잘 맞혀도 본전 근처이고 조금만 빗나가면 적자다.

66,465가구의 6년치 거래

이 패턴은 오래전에 대규모로 측정됐다. 미국 한 대형 증권사 계좌 66,465가구의 6년치 거래를 분석한 고전적인 연구가 있다. 평균적인 가구는 연 16.4%를 벌었고 같은 기간 시장은 17.9%였다. 가장 많이 거래한 그룹은 연 11.4%에 그쳐 시장보다 6.5%p 뒤졌다. 위험을 보정한 순수익은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예외 없이 줄었다.

이 연구의 제목은 “거래는 당신의 부에 해롭다”다. 나는 이 문장을 오랫동안 무모하게 투자하지 말라는 교훈 정도로 읽었는데, 실제로는 비용에 관한 산술이었다.

보유기간을 늘리거나 요율을 낮추거나

부등식이 거래당 엣지 > 왕복 비용이라면 손댈 수 있는 곳도 양변뿐이다. 파라미터 튜닝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보유기간을 늘리거나 요율을 낮추거나 도식

새 전략은 거래당 기대 이동폭이 왕복 0.6%를 넘는지부터 본다. 넘으면 빈도와 사이징을 확인해 채택을 검토하고, 못 넘으면 보유기간을 늘려 엣지를 키울 수 있는지 따진다. 그것도 안 되면 기각이다.

엣지를 키우는 쪽부터 보면, 같은 로직이라도 보유기간을 늘리면 한 번의 매매가 담는 가격 변화가 커진다. 하루 안에 끝내면 0.5%도 잡기 버겁지만 몇 주를 들고 가면 수 %가 된다. 비용은 그대로인데 분자만 커진다. 내가 인트라데이 조각을 저빈도 추세로 갈아탄 이유다.

비용 쪽은 수수료를 0.25%에서 0.07%로 낮추면 왕복 비용이 0.6%에서 0.24%로 떨어진다. 내 실거래 데이터에 이 요율만 다시 적용해 보니 순손익이 두 배 개선됐다. 81가지 조합으로도 못 만든 변화를 요율 한 줄이 만든 것이다. 다만 0.07%로 낮춰도 하루 1회 매매의 연간 허들은 여전히 60%다. 비용을 낮추면 경계가 옮겨갈 뿐 없어지지는 않는다. 근본 해법은 빈도를 줄이는 쪽이고, 비용 인하는 그 위에 얹는 덤이다.

이 글의 비용 수치는 특정 증권사와 시점의 요율을 전제로 한 것이고, 실거래 11건은 표본이 작아 통계적 유의성을 주장하지 않으며, 특정 종목이나 전략의 매매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참고한 자료: 개인투자자 거래 빈도와 순수익 (Barber & Odean, 2000) 논문 원문 PDF, Journal of Finance, 장 초반 돌파 전략 백테스트와 비용 가정 (Concretum Group Papers), QuantConnect 재현, 데이트레이딩 수익성 검증 (CXO Advis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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