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는 정말 호황일까?

뉴스와 현실

현업에서 일을 하다가 뉴스를 보면 참 씁쓸한 것들이 자주 보인다.
우리의 코스피를 끌어올린 자랑스러운 두 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첫번째는 AI의 수혜를 입어서 메모리 부족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고수익의 수익이 회사에서 창출된 것이며, 두번째는 그 직원들이 받게 된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뉴스는 지금이 반도체의 호황기, 황금기라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의대나 자연대를 지원하던 학생들이 반도체 계약학과에 입학하려고 한다는 기사와 여러 분야에서 반도체에 한발 걸쳐 보려는 시도들이 있다고 들려온다. 뉴스로만 따지자면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대 호황기이고, 반도체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진짜일까?
일단, 하이닉스와 삼성의 직원들은 그렇게 될 확률이 크다. 하이닉스는 삼성보다 잡음이 덜 하고 구성원들이 많은 성과급을 잘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은 사업부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지만 일단 DS(Device Solution)사업부는 확실히 고액의 성과급을 받게 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아마 메모리 분야가 더 도드라지게 될 것이지만.
여기서 함정은 두 회사 모두 메모리만 잘 나간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메모리가 전부일까

반도체는 분야가 매우 넓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뉘게 되는데 메모리가 이렇게 부각되기 전까지만 해도 고부가가치의 소위 있어보이는 반도체는 비메모리반도체였다. 실제로 비메모리 반도체는 고부가가치의 사업이 맞다. 엔비디아의 GPU부터 퀄컴의 AP, 애플의 애플실리콘, 그리고 그 외의 유명한 TI, 인텔, AMD, 브로드컴, NXP 등등.. 메모리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이익을 내는 회사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국 기업은 없다.

삼성의 내부 불화에는 사업부간의 갈등도 한몫을 하고있다. S.LSI라고, 삼성의 엑시노스를 비롯한 AP 및 기타 IC 들을 만드는 규모가 큰 사업부가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곳이지만 삼성의 S.LSI는 소위 적자사업부다. 삼성 어느조직이랑 비교해도 많은 박사 인력들이 포진해 있는 곳. 고부가가치의 그리고 우리나라가 취약한 비메모리반도체를 키워보기 위해 사람을 모아놓은 그곳은 지금 적자사업부로 낙인찍혀 메모리 사업부에게 짐짝취급을 받는 그런 곳이 되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왜 힘들까

어떤 반도체라도 쉬운 것은 없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가 힘든 점은 설계의 복잡함과 그 복잡성에서 나오는 여러 문제들을 모두 핸들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사를 따라잡겠다고 성능을 올리면 전력소비가 커지고 발열이 커지거나, 혹은 성능 자체가 경쟁사의 것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하는 그런 문제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곳. 심지어 개발 기간도 짧아서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그 시간을 따라가는게 쉽지 않은 곳이 비메모리 반도체의 설계 전선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일단 비메모리 반도체가 어떤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어떤 문제들이 이 산업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설명할 비메모리 반도체는 SoC(System on Chip)으로 AP랑 유사하다고 생각되면 된다. 또한 뉴스에서 몇번 본 사람들은 아는 팹리스(Fabless, 공장없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를 기반으로 설명하려한다.

팹리스 회사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다. IP를 개발해서 라이센스를 받고 다른 SoC에 탑재할 수 있게 판매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SoC를 설계해서 칩을 판매하는 회사, 소형 IC를 만들어서 디바이스의 소재로 판매하는 회사 등등 다양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이중 가장 칩의 덩치가 큰 것은 SoC라고 할 수 있다.
SoC는 일종의 소형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CPU가 들어가고 어떤 스펙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따라서 GPU, NPU가 들어간다. 또한 이 칩으로 외부와 동신을 하기위한 I2C, I3C, MIPI Tx/Rx, USB, DP, PCIe, Ethernet, JTAG, SPI, GPIO 같은 주변장치들도 필요할 것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화질개선이나 영상처리를위한 ISP, 영상 압축/해제를 위한 코덱, 아날로그 신호와의 연결부인 PHY, 각종 내부 메모리(SRAM), 칩에 생명(clock)을 넣어주는 PLL, SoC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한 temp sensor, DDR을 붙이기 위한 DDR controller, ROM, OTP, PMU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연결해주는 BUS로 구성되어있다.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한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사양에 맞춰서 내부를 구성하고 디자인 하는 것. 이것이 바로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이다.

이렇게 설명을 들어보면 마치 모든 것들을 다 설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럴려면 직원이 수백명이 있어도 부족하다. 때문에 각자 회사에서 주력으로 하는 기능들은 직접 설계를 하되, 왠만한 나머지 것들은 IP 회사들에서 IP 라이선스 및 로열티(칩이 판매되면 칩 1개당 0.4% 이런식)를 지불하는 형태로 구매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 이런 IP들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때문에 SoC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런 라이선스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체 설계(in-house)를 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in-house 설계는 리스크도 직접 떠안아야 하고 또한 개발과 검증에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그만큼의 사람을 뽑아야 하기에 조직이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이렇게 IP 들을 가지고 조립을 뚝딱뚝딱 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EDA 회사들(Synopsys, Cadence, Siemens)의 검증 툴을 이용해서 SoC Top을 구성하고, IP 들을 목적에 따라 독립 subsystem으로 구성해야 하며, 각각의 subsystem들이 필요한 interface에 맞춰서 bus의 스펙을 정해야 하고, bandwidth를 계산해서 버스를 어느정도까지 강건하게 해야할지 고민해야하고, IP들에 대해서 memory map이라고 해서 주소를 할당해줘야 하고, secure 인지, non-secure 인지 등등 반도체를 구성하고 그걸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EDA 회사들의 RTL simulation 툴은 copy당 억단위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10, 20, 30 copy 다위로 묶어서 연단위 계약을 통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simulation 뿐만 아니라 synthesis라고 해서 RTL이 net-list로 합성이 가능한지, SoC의 power 소비가 어느정도 되는지 분석하는 툴, STA(Static timing analysis) 같은 타이밍 분석 툴 같은 모든 것들이 다 따로따로 연단위로 돈을 받는다. 최소한의 툴들을 계약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이렇게 칩을 디자인 하고 검증하는 것이 SoC 업게에서 이야기하는 Front-end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Back-end가 존재한다. Back-end 일은 이쪽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한 회사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칩을 만들려면 Fab(공장)을 선택해야 하는데 TSMC나 삼성파운드리를 선택할 때 보통 Back-end 조직은 특정 회사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TSMC는 애초에 대만에 Back-end 회사가 존재하는데 이는 대만의 국가사업 전략이라고 그렇고, 삼성은 DSP(디자인 솔루션 파트너)라고 여러 회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여튼, 이런 Back-end 조직이 자체적으로 없다면 이런 업무 또한 외주로 맡겨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것 자체가 돈이 필요하다.

그리곡 여기서 tape-out 된, 최종 공장에서 생산하는 작업이 되면 파운드리 업체와 몇 나노 공정인지, 웨이퍼 몇장을 할 거고, 장당 얼마에 협의할 것인지. 생산에 대한 비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 생산비용도 수십억 단위로 많이 들어간다.

팹리스로 수익을 낸다는건 인건비, 개발비, 라이선스비, 로열티, 외주, 팹비용을 모두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반도체를 많이 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서 왜 유명한 회사들이 반도체로 유명한지. 그 이유가 나온다. 왜냐면 많이 팔기 때문이다.

국내 회사들은 과연 많이 팔까?

아이러니 하지만 비메모리반도체를 많이 파는 회사는 우리나라에 없다. LX세미콘이 팹리스로 국내1등(삼성은 팹이 있어서 팹리스에 포함되지 못했다)이지만 그들의 주력 상품은 핸드폰 같은 Display에 들어가는 DDI, TCON들이 메인이다. 디스플레이 특성에 맞게 맞춤화된 IC를 판매해야 하기에 다품종을 만들어 판매 할 수 있고, device 하나에 1개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여러개가 들어 갈 수 있어서 박리다매도 가능하지만 LX세미콘은 최근까지도 애플에 의존적이었어서 매출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LX세미콘을 빼고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일단 대기업 중에는 없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을 뿐이고, 퓨리오사랑 리벨리온이라고 NPU 개발 업체들이 있는데 그들은 아직 스타트업이고 시리즈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제품을 판매할 판매처가 불명확하고 판매로도 국내에 한정되어서 국가의 지원으로 회사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도 몇몇 오래된 회사들이 있지만 국내 산업들이 모두 얽혀있다보니 하나가 힘들어지면 다같이 산업이 힘들어지는 그런 구조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직원들은 돈을 잘 벌까?

그럼 이제 다시 모두가 입사하고 싶어하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면 정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일단 대한민국에서는 2개의 직장이 그 가능성을 열어줬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메모리사업부 한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밖의 반도체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수익이 많지도 않고, 직원들에게 수억을 줄 만큼 부유한 회사들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돌려 쓸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낮은 임금을 유지하는게 현실이다. 모든 산업군들이 각자의 고충이 있지만 반도체는 노동시간이 많은 직군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일정은 빠듯한데 시뮬레이션이나 테스트 결과는 길게는 몇주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실수 하나가 일정을 확 잡아 먹는 일이 많아서 결과가 나오면 새벽이라도 대응을 하거나 하는 등의 압도적인 노동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런 노동시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내의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점점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단공정을 사용할 수록 개발비가 줄어들어 마진이 생겼지만 4nm 이하의 공정으로 가면서 역설적이게 오히려 개발비가 증가해서 사업을 못 키우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미세공정을 포기하면 거기서 발생하는 전력효율과 칩단가, 성능 등을 경쟁사에게 내어주게 되니 사실상 제살파먹는 경쟁을 해야한다.

연봉은 어느정도일까?

일단 본인은 10년차 정도의 SoC 엔지니어다. 미국에서 동급의 엔지니어들의 몸값을 보면 150k – 240k 정도의 고임금을 받는다. 필자의 연봉을 환산하면 56k 정도니까 몸값의 기본 자체가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샐러리캡에 가로막혀서 보통 1억정도가 되면 상승이 거의 멈춘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현실은 갭차이가 더 느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뉴스들이 악질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 아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열악하고 미래가 어두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많이 느껴진다.

또한 엔지니어를 대우해주고 그들을 키우려는 생각 자체가 없는 나라다. 하지만 뉴스는 세계의 반도체 호황과 그들의 몸값을 마치 우리 모두의 몸값인 것 마냥 포장하고 있다.

현실은 가혹하다. 많은 돈을 주는 일자리는 제한되어있고, 모두가 그곳을 원한다. 그렇다고 이쪽에 공부해서 진입하라고 하기에 그외의 일자리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요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때 한탄하는 이야기가 있다.

“업종을 잘못 골랐다.”

진짜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내포 하는지 아는 사람은 이쪽 업계의 사람들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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